우리는 군대를 거부한다 -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 32인의 소견서
전쟁없는 세상 엮음 / 포도밭 출판사.
우리가 알고 있는 병역거부에 대한 지식은 두가지로 정리된다. 첫째는 여호와의 증인 등 종교적인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는 젊은이들이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두번째는 병역을 거부한 댓가로 그들이 범죄자가 된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시대는 변했고 사람들의 생각도 변하는데 우리는 지식은 멈춰있다.
이 책은 병역거부를 종교적인 이유만으로 설명하지 않는다. 병역을 거부하는 젊은들의 소견서를 담아냄으로써 병역을 왜 거부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일례로 2001년 오태양은 최초의 비종교적 병역거부선언이였다. 이처럼 책속의 병역거부자들은 저마다의 시선에서 세상을 본다. 그리고 그 불합리에 맞서는 방법이 병역거부라는 방식으로 나타났다. 우리가 그들의 목소리를 글로 봐야 하는 이유는 국방 군사라는 가치에 가려진 것들로 부터 인간됨을 지켜내려는 움직임이기 때문이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소견서를 소개함으로써 변화하는 가치를 따라가면서 읽는 것도 좋은 독서가 될것 같다.
우리는 소견서들을 통해 병역거부자들의 구체적이고 힘 있는 시대의 증언들을 만날 수 있다. 이런 증언들은 결국 병역거부자들이 국가폭력의 현장을 강 건너 불구경하는 본 것이 아니라, 자기 삶에 맞닥뜨린 문제로 치열하게 고민했기 떄문에 나올수 있었을 것이다.
- 병역거부의 댓가가 혹독한 대한민국에서 병역거부자들의 목소리는 단순히 세상을 바꾸려는 사상가의 외침처럼 공허하지 않다. 자신을 삶을 녹여서 외치고 있는 목소리이기에 더욱 무겁고 진지하게 다가온다.
2001-2005
*오태양
진리와 정의는 다수결에 기초하는 것이 아니라 진실성에 기초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개인의 진실이 사회적 진실에 합치되는 것인지는 확신할 수 없습니다만, 저는 그 양자가 일치되도록 노력하고 있을 따름입니다.
- 개인의 자기진정성과 사회적 기준의 괴리는 어쩌면 양심의 자유와 국방의 의무처럼 대립하고 있을지모른다. 그러나 그런 지금의 대한민국의 현실일 뿐 두 의미만 놓고 본다면 그 가치들의 상충하는 것이 아니라 공생하는 것이 맞다는 의견에 동의한다.
*임태훈
저는 동성애자를 차별하고 소위 비정상성으로 규정하고 있는 대한민국 군대의 입대를 시민불복종적 의미에서도 거부하고 싶습니다. 또한 인권활동가로서 타인을 죽이는 연습이나 이에 동조하는 일체의 행위를 할 수 없습니다.
- 신체검사시 동성애을 성적 선호장애로 규정하고 병으로 진단내리는 국방부 . 그들의 규칙에 계속 지켜진다는 건 어쩌면 문제제기하지 않는 일반국민들이 있기에 가능한 일일지 모른다. 우리는 어쩌면 우리가 바로잡지 않는 모든것에 잘못을 저지르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최진
교사로서 군대를 거부한 최진씨의 이유는 '비폭력 직접행동'이다.
"한 개인을 업신여김은 그의 거룩한 능력들을 업신여김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한몸만 해하는 것이 아니라 더불어 온 세계를 해하는 것이다. "
폭력으로 척박해진 이세상에 한 알의 밀알이 되고자 직접행동을 한 교사 최진. 그와 그의 제자들의 만들어갈 사회 넉넉한 품을 기대해 본다.
*김영진
군대라는 조직이 유지되어야 하는 당위는 없다. 다만 상황 속에서 그 필요가 발생하는 것인데, 지금 동북아시아의 군사적 대립을 보자면 군비, 징병제의 유지는 오히려 동북아시아의 군사적 긴장만을 고조시킬 따름이다.
"이것은 단순히 개인의 양심을 보호해달라는 외침이 아니다. 이것은 지배계급의 전쟁 이데올로기와 사회 유지 이데올로기에 대한 강력한 투쟁이다."
지금의 군대에서 이데올로기를 발견한 그에게 지금의 군대는 지배층을 지켜내려는 용병에 지나지 않는다고 이야기한다.. 그는 그런 이유를 들어 비무장, 모병제로서의 최소한의 군대를 가지는 대한민국을 기대한다.
2006-2009
*송인욱
군대라는 조직이 단순히 최전선에서 싸우는 전투병로만 이뤄질 수 없는 하나의 복합적인 유기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런 조직에 어떤 식으로든 몸을 담는다는 것은, 저로서는 차마 용납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더욱이 그 총부리는 과거 광주에서 그랬듯 지금은 평택에서 묵묵히 고된 삶을 일궈오던 사람들에게로 향하고 있습니다"
*은국
"가장 억압받는 자에게 가장 먼저 연대하라"
예전의 베트남 파병, 그리고 지난 이라크 파병은 나라를 방어하는 본연의 임무를 떠난 범죄행위였다. 이러한 범죄행위에 대한 반성이 없는 정부가 국방의 의무를 요구하는 것은 수용 할 수 없다. 또한 지금과 같은 한국의 군사력 확대주의는 평화가 아니라 무력 충돌과 전쟁 위험성을 높이는데에 기여할 뿐이라고 생각한다.
은국씨는 군사력 확대와 전쟁을 반대를 이유로 병역거부 를 선택했다.
*김영배
이길준. 그는 의경으로 입대해 방범순찰대원으로 복무하던 중 촛불집회 진압에 동원되어 진압을 했으나, 시민들을 향한 폭력진압을 더 이상 하지 못하겠다는 자신의 양심에 따라 외박후 병역거부를 선언한 사건은 군대라는 조직안에서는 더 이상 자신의 양심을 지킬수 없다는 것을 확인시켜줬습니다.
국민의 안정을 위해 존재하는 군대가 현실사회에서 권력의 안정과 강화로 이용되는 현실을 목도하면서 김영배씨는 나의 양심을 지킬 수 있는 길은 병역 거부하는 일 뿐이라는 걸 알았다.
*전길수
"헌법 앞에서 자신을 증명하고 해명해야 할 것은 병역거부자인 제가 아니라 한국군입니다"
현재의 국제질서와 외부 조건 속에서 군대가 정말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면, 우리가 내부적으로 조정할수 있는 부분은 그 이유에 걸맞게 구성되어야 합니다. 사병은 적절한 의식주를 제공받아야 할 뿐만 아니라 의료, 교육, 인권에 대한 권리 또한 보로 받아야 합니다. ...지금의 군대는 시민의 인권을 지키키 위해 고민하고 있지 않습니다.
현재같은 상황이 계속 된 한 전길수씨는 참여할수 없다는 이야기를 건넨다. 참여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참여할수 없다는 목소리가 다시금 우리사회를 생각해 보게 한다.
*들깨
병역거부는 일상 속 군기와 맞서는 일
그는 그의 병역거부 이유에 대해 완벽하고 분명하지 않지만, 군대에 가든 안 가든 서로 관계 맺고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고민을 쌓아갈때 전쟁의 위협도, 일상의 위계도 줄어들 것이라 믿는다라는 소신을 내보인다. 어찌 되면 세상이 덜 잔인할까 고민하는 그의 고민이 어렵지 않게 다가온다.
이 책을 덮으면서 우리는 병역거부문제에 있어 가지 않으려는 이유에만 집중할뿐 우리의 군대에 대해는 집중하고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군대라는 권력에 잘못된 점을 알면서도 철옹성처럼 쳐다만 볼 뿐 누구하나 군인들의 인권에 대해 이야기 하지 못했다. 우리의 군대는 잘 가고 있는가 하는 의문을 남기는 책이며 우리의 무관심이 또다른 폭력을 낳고 있는 건 아닌지 고민하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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